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침착하게 사랑하기 차도하 몸에 든 멍을 신앙으로 설명하기 위해 신은 내 손을 잡고 강변을 걸었다 내가 물비린내를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빛과 함께 내려올 천사에 대해, 천사가 지을 미소에 대해 신이 너무 상세히 설명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이미 본 것 같았다 반대편에서 연인들이.. 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01.02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세잔과 용석 박지일 세잔의 몸은 기록 없는 전쟁사였다 나는 용석을 기록하며 그것을 알게 되었다 세잔과 용석은 호명하는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의 인물이었다 나는 세잔을 찾아서 용석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하고 반대로 용석을 찾아서 세잔의 현관문을 두들기기도 했다 용석은 .. 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01.02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2020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도서관의 도서관 임효빈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거라 했다 누군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열람실의 빈 책상이었다 책상은 내가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으나 나의 슬픔은 부족했고 무수한 입이었지만 말 한마.. 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01.02
2020년 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2020 매일신춘문예 시 당선작 남쪽의 집수리 최선 (본명 최란주) 전화로 통화하는 내내 꽃 핀 산수유 가지가 지지직거렸다. 그때 산수유나무에는 기간을 나가는 세입자가 있다. 얼어있던 날씨의 아랫목을 찾아다니는 삼월, 나비와 귀뚜라미를 놓고 망설인다. 봄날의 아랫목은 두 폭의 날개.. 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01.02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바이킹 고명재 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 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 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 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 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렸다 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렸다 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 文學의 오솔길/신인상 2020.01.02
고기를 굽다 / 유계자 고기를 굽다 유계자 모처럼 동창들이 바닷가 펜션에 모여 삼겹살을 굽고 있다 주식으로 집 두어 채 말아먹었다는 별명이 주꾸미인 친구가 집게를 들고 뭐든 한방에 해치워야 한다며 고기가 탈 때까지 기다리려 하자 중소기업 대표인 문어가 뒤집을수록 기회는 생기게 되고 사람은 손이 ..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20.01.01
낙엽 한 장 낙엽 한 장 유안진 너 만나 나 아직 세상에 있었구나 웃음 품어 오오래 익혀온 血書 한 장 찢긴 자국 벌레구멍마다 깊은 가을이구나 바로 나이구나. 『서정시학』2019 겨울호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다보탑을 줍다><둥근 세모꼴> <알考><숙맥노트>등. 산문집<지..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19.12.29
민박 / 송재학 민박 송재학 툇마루의 놋요강에 오줌발을 내린다 막 개칠을 시작하는 소나기는 미닫이부터 적신다 비안개의 아가미조차 숨겨왔던 새벽이다 추녀의 숫자만큼 뒹구는 빗방울 느린 시간의 뒤에 좀벌레처럼 머무는 빗방울 머위잎을 기어이 구부리는 빗방울 빨랫줄의 참새가 방금 몸살을 터..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19.12.29
진달래꽃 / 조은길 진달래꽃 조은길 벗은 나무와 갓 풀린 개울물 소리를 배경으로 활짝 피어있는 너는 어미 립스틱 훔쳐 바르고 집 나간 작부집 딸이거나 절벽과 바다와 검은 새를 배경으로 활짝 피어있는 너는 초경도 못 치르고 요절한 어린 여자이거나 허공과 덕장과 시커멓게 젖은 고깃배를 배경으로 활.. 詩心의 향기/시詩(필사) 2019.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