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김달진문학상 수상
바닥이라는 말
이현승
우리들의 인내심이 끝난 곳.
사는 게 도대체 왜 이러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은 하늘을 본다.
별 볼 일도 없는 삶이라서
별이라도 보는 일이 은전처럼 베풀어지는 거겠지만
사람이란
후회의 편에서 만들어지고
기도의 편에서 완성된다고 할까.
부드럽게 호소해도 악착스러움이 느껴지는,
그 많은 간구의 눈빛과 목소리를
신은 어떻게 다 감당하고 있는 걸까.
콩나물처럼 자라 올라오는 기도들 중에서
제 소원은요 다른 사람 소원 다 들어주고 나서 들어주세요.
하는 물러 빠진 소원도 없지는 안겠지만.
결국 우리가 발 딛고 선 곳
그러니까 풍문과 추문을 지나
포기와 기도를 지나
개양귀비 뺨을 어르며 불어오는 바람이
가까운 진흙탕 위로 내려앉는 것을 본다.
아무리 맑은 우물이라도
바닥사정은 비슷하다.
그러므로 함부로 휘젓지 말 것.
「대답이고 부탁인 말」2021,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