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휘파람
- 김주대
한번도 몸을 가진 적 없는 바람이
입술 사이에 동그란 몸을 얻어
허리를 말고
오목한 계단을 걸어나온다
어릴 적 심심한 밤에는 뱀이 되던 소리
가늘고 길게 기어가다가
비눗방울처럼 몇 계단을 뛰어올라
통통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혀 위를 얇게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몸이
좁은 구멍에서 홀로 울다가
속눈썹이 긴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처음 본 슬픔과 기쁨 사이를 떤다
울음과 떨림의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입술로 몸이 된 너를 만지면
가만히
긴긴 첫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시집『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9년<민중시> 1991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도화동 사십계단><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
<꽃이 너를 지운다><나쁜, 사랑을 한다>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무도 손수건 같은 건 갖고 다니지 않는다 / 이근화 (0) | 2013.09.02 |
---|---|
겨울 여행 / 유현숙 (0) | 2013.09.02 |
왼손의 그늘 / 우대식 (0) | 2013.08.26 |
달과 매화 / 송찬호 (0) | 2013.08.26 |
느와르 탱고 / 김재현 (0) | 2013.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