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휘파람 / 김주대

폴래폴래 2013. 8. 28. 11:45

 

 

 

 

 

               사진:네이버포토

 

 

 

 

      휘파람

 

 

                                        - 김주대

 

 

 한번도 몸을 가진 적 없는 바람이

 입술 사이에 동그란 몸을 얻어

 허리를 말고

 오목한 계단을 걸어나온다

 어릴 적 심심한 밤에는 뱀이 되던 소리

 가늘고 길게 기어가다가

 비눗방울처럼 몇 계단을 뛰어올라

 통통 떨어져내리기도 한다

 혀 위를 얇게 타고 올라가는 바람의 몸이

 좁은 구멍에서 홀로 울다가

 속눈썹이 긴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처음 본 슬픔과 기쁨 사이를 떤다

 울음과 떨림의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입술로 몸이 된 너를 만지면

 가만히

 긴긴 첫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시집『그리움의 넓이』창비 2012

 

 

 -1965년 경북 상주 출생.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1989년<민중시> 1991년<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도화동 사십계단><그대가 정말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오래 수화기를 붙들고 울 리가 없다>

   <꽃이 너를 지운다><나쁜, 사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