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달과 매화 / 송찬호

폴래폴래 2013. 8. 26. 16:04

 

 

 

 

 

 

 

 

  달과 매화

 

 

                                        - 송찬호

 

 

 달 뜨는 초저녁

 활짝 핀 매화 아래 서니

 매화에 달을 그린

 그림쟁이의 마음을 조금 알겠네

 

 매화는

 달이 얼마나 맑고 차운지

 가까이 불러 한번 어루만저보고 싶었을 테고

 

 달은 또 매화 곁으로 조금씩 옮겨 앉다가

 그 향기를

 지팡이 삼아

 꽃 한 가쟁이를 꺾어 가고 싶었을 테고

 

 그래서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매화 우에 달이 출렁 얹힐 때

 달도 한번 몸을 푸르르 떨겠네

 

 

 

 『현대문학』2013년 7월호

 

 

  -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경북대 독문학과 졸업.

    1987년<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동서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미당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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