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왼손의 그늘 / 우대식

폴래폴래 2013. 8. 26. 16:25

 

 

 

 

 

 

        제 18회 <현대시학> 작품상 수상작

 

 

 

   왼손의 그늘

 

                                          - 우대식

 

 

용서하라

 용서하라

 용서하시라

 이 가을날 나의 사랑을

 얼마 남지 않은 저 잔광의 빛으로

 당신을 몰고 가는 일

 그것이 내 연애법이다

 그 몰입에 얼마나 당신이 괴로워했을 줄

 모든 빛이 꺼지고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처럼

 당신과 내가 어느 풀밭에 앉아 있다 하자

 젓가락을 들어 당신은 내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

 음식 밑에 바쳐진 당신의 왼손

 그 아래로 그늘이 진다

 왼손의 그늘,

 지상에서 내 삶이란

 당신이 만들어준 왼손의 그늘에서 놀다 가는 일

 놀다가 가끔 당신이 그리워 우는 일

 코스모스처럼 내 등을 툭 한번 쳐보다가

 돌아가는 당신의 늦은 귀가

 그림자가 사라질 때

 나의 연애는

 파탄의 골목길

 용재 오닐의 비올라 소리 같은 깊고 슬픈

 당신의 오랜 귀가

 

 

 『문예중앙』2012년 가을호 발표

  『현대시학』2013년 8월호

 

 

 

 -1965년 강원 원주 출생. 숭실대 국문과, 아주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다><단검><설산 국경> 등

   현재 평택 진위고교 교사.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여행 / 유현숙  (0) 2013.09.02
휘파람 / 김주대  (0) 2013.08.28
달과 매화 / 송찬호  (0) 2013.08.26
느와르 탱고 / 김재현  (0) 2013.08.26
경계에서 / 이현승  (0) 2013.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