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 유현숙
산바람이 차다는 한계령에서 온 메시지입니다
덕장에 널린 명태들의 떼울음을 듣습니다. 강원江原의 겨울을 엿듣습니다
그가 안고 떠난 울음입니다
동쪽에서 들려온 이 울음을 길게 펼쳐 드는 동안
나뭇가지는 야위어갔고 내 목청은 다 닳았습니다
날 저물어 山집에 든 그는 이 울음을 갈아 글씨를 씁니다
깊은 그믐의 밤입니다
떨어져 앉은 사람들이 떨어져 앉은 채로 잠들지 못합니다
나무 향이 쌓이는 처처悽悽한 산골에다 그를 풀어놓는 그가 있고
불빛 작은 이 누옥에다 나를 풀어놓는 내가 있습니다
마을에는 그저 흰눈이 내렸으며 아침은 더디게 오고 있습니다
각수刻手는 아직도 산벚나무 목판에다 칼질을 하고 있겠지요
찻물만 따르는 한겨울, 거기도 여기도
깊디깊은 강원講院의 밤입니다
『詩로 여는 세상』2013년 여름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 3003년<문학·선>등단
시집<서해와 동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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