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래님
괄호와 괄호 사이
- 성은주
당신을 더듬거리며 맞는 새벽은 자꾸 넘어지고 있었지 별들이 걸려 있는 거미줄 아래
축축한 새벽공기 햇살에 취하네
그림자는 내 눈동자를 밟고 일어서네
어떤 아침을 찾으세요, 간드러진 바람이 묻는데
당신은 맨발로 알몸으로 어깨에 기대며 내 말을 쓸어 갔어
우린 괄호 밖으로 밀려났다
깊게 찔러본 신발 속 어제의 울음소리 잘게 썰리고
눈물냄새 날아 갔다, 싶었지만 슬프게 구부러진 당신은 쉽게 떠날 수 없었지 잃어버린 행간에서 서성였지
시계는 아픈 신음소리 내며
시간을 철거하고 있었네
벽과 벽 사이 그늘이 숨자, 불쑥 돋아난 민들레 하나
당신의 행성으로 떠날 준비하는데
우린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몰랐고
이미 밖으로 나가는 길도 잃어버렸지
마른 허공을 찢고 흰나비가 나온다
『시와 시』2010년 여름호
- 1979년 충남 공주 출생. 한남대 문창과 同대학원 박사과정 중
2010년『조선일보』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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