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부활절의 결심
- 이원
이제는 하지 않기로 한다
그림자를 생겨나게 했다 지웠다 하는 일 따위
빛 속에서 빛을
어둠 속에서 빛을 파내는 일 따위
낙타와 사막을 동시에 떠올리는 일 따위
거울에 울퉁불퉁한 얼굴을 생겨나게 하는 일 따위
얼굴을 먹어치우는 거울의 괴로움을 생각하는 일 따위
죽은 사람을 불러오는 일 따위
죽음을 벗었다 입었다 하는 일 따위
그림자의 물기를 상상하는 일 따위
흰 옷이 물들 때까지 낮과 밤을 버무리는 일 따위
나무들의 기억을 쓰다듬어보는 일 따이
혼자 날아가는 새의 심장에 가 닿는 일 따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내리는 눈의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열리고 닫히는 창의
꼬물거리는 핏덩이들의 개수를 세어보는 일 따위
죽은 사람을 저녁놀이 가득한 풍경 속에 데려다 놓는 일 따위
죽은 사람의 왼쪽 뺨에 내 왼쪽 뺨을 포개는 일 따위
기차역 6번 플랫폼에 오십 년 동안 서 있는 귀신의 몸을 통과해주는
일 따위
베이커리에 가서 방금 적출된 내장을 사는 일 따위
무덤을 허겁지겁 파먹는 일 따위뿌리가 생겼다 슬프다
계간『시와 반시』2009년 여름호
- 1968년 경기 화성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창과 석사.
1992년《세계의문학》등단.시집<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2007,문지.외 다수
현대시학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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