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갤러리
와온(臥溫)에서
- 나희덕
산이 가랑이 사이로 해를 밀어넣을 때,
어두워진 바다가 잦아들면서
지는 해를 품을 때,
종일 달구어진 검은 뻘흙이
해를 깊이 안아 허방처럼 빛나는 순간을 가질 때,
해는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도솔가를 부르던 월명노인아,
여기에 해가 셋이나 떳으니 노래를 불러다오
뻘 속에 든 해를 조금만 더 머물게 해다오
저녁마다 일몰을 보고 살아온
와온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떨기꽃을 꺾어 바치지 않아도
세 개의 해가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찬란한 해도 하루에 한번은
짠물과 뻘흙에 몸을 담근다는 것을 알기에
쪼개져도 둥근 수레바퀴,
짜디짠 내 눈동자에도 들어와 있다
마침내 수레가 삐걱거리며 굴러가기 시작한다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간다
시집『야생사과』2009년 창비.
-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연세대 국문과 同대학원 졸업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 이산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수상
「시힘」동인, 조선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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