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현 위의 새, 맨발
- 문인수
시베리아 쪽으로 멀리 지나가는 철새,
노랑딱새* 한 쌍이 우리 집에 둥지를 틀었다.
처마 아래, 창틀 위 맨 구석에 우묵하게
검불 따위를 모아 알을 품더니
새끼 네 마리를 깠다.
암수 교대로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며 주거니 받거니
6월, 즐거운 소리가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간밤에, 새의 보금자리가 바닥났다. 오, 깨끗이 핥아먹은 고양이 밥그릇!
이 작은 허공에다 금세 새로 현을 메웠는지, 참말로
새 우는 소리라곤 생전 처음 듣겠다. 이것이 바로
심금인줄 알겠다. 뜰을 디디니
시멘트 바닥이 길게 금이 갈 정도다. 전깃줄이며 대추나무 우듬지에,
장독대며 지붕꼭대기에도 붙들려
자지러질 듯 못 박히는 새, 아무리 파닥거리며 애를 써도
세계의 중심은 중심에서 끝내
내뺄 수 없고, 그 어떤 뺀찌로도 빼낼 수 없구나.한 점
새의 언 발이 탄주하는
시베리아 동부지역, 사할린까지 비었다.
*노랑딱새 : 조류도감을 뒤져 뜰의 새와 비교해보니 깃털 색깔이나 생김새는 거의 같았으나 ‘번식’ 등의 문제에서 확실치는 않았다. 그리고 이 시에서의 ‘악역’, 고양이에게 미안하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새 새끼들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아주 정상적인 이소의 과정을 내가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였다. 그렇다고 다 쓴 시를 버릴 수는 없는 일, 고양이! 이제 네 이름 앞에 붙은 ‘도둑’을 떼겠다.
-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신인상 등단.
시집<배꼽><쉬!><동강의 높은 새>등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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