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현 위의 새, 맨발 / 문인수

폴래폴래 2009. 6. 18. 22:32

 

 

 

                                                    사진:네이버포토 

 

 

 

          현 위의 새, 맨발

 

                                                   - 문인수

 

 

 

 시베리아 쪽으로 멀리 지나가는 철새,

 노랑딱새* 한 쌍이 우리 집에 둥지를 틀었다.

 처마 아래, 창틀 위 맨 구석에 우묵하게

 검불 따위를 모아 알을 품더니

 새끼 네 마리를 깠다.

 암수 교대로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며 주거니 받거니

 6월, 즐거운 소리가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간밤에, 새의 보금자리가 바닥났다. 오, 깨끗이 핥아먹은 고양이 밥그릇!

 

 이 작은 허공에다 금세 새로 현을 메웠는지, 참말로

 새 우는 소리라곤 생전 처음 듣겠다. 이것이 바로

 심금인줄 알겠다. 뜰을 디디니

 시멘트 바닥이 길게 금이 갈 정도다. 전깃줄이며 대추나무 우듬지에,

 장독대며 지붕꼭대기에도 붙들려

 자지러질 듯 못 박히는 새, 아무리 파닥거리며 애를 써도

 세계의 중심은 중심에서 끝내

 내뺄 수 없고, 그 어떤 뺀찌로도 빼낼 수 없구나.한 점

 새의 언 발이 탄주하는

 시베리아 동부지역, 사할린까지 비었다.

 

 

 

 *노랑딱새 : 조류도감을 뒤져 뜰의 새와 비교해보니 깃털 색깔이나 생김새는 거의 같았으나 ‘번식’ 등의 문제에서 확실치는 않았다. 그리고 이 시에서의 ‘악역’, 고양이에게 미안하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새 새끼들이 고양이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라, 아주 정상적인 이소의 과정을 내가 살피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였다. 그렇다고 다 쓴 시를 버릴 수는 없는 일, 고양이! 이제 네 이름 앞에 붙은 ‘도둑’을 떼겠다.

 

 

 

 

 

                       -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신인상 등단.

                          시집<배꼽><쉬!><동강의 높은 새>등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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