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손금 / 유현숙

폴래폴래 2009. 6. 15. 10:32

 

 

 

 

                                           사진:네이버포토

 

 

 

          손금

 

                                       - 유현숙 

 

 

 

 자재암 들어 백팔배를 드리는 어머니

 백 여덟 번째 이마를 바닥에 대고

 머리 위로 내던졌다가 뒤집은 손바닥에는 희고 검은 잔금들이 패였다

 한 생 내내 얻었던 것 다 잃고

 수심 깊은 주름살만 거머쥐고 상경한 노모다

 삐걱거리는 무릎관절과 휜 팔꿈치와 바람에 파인 이마까지

 먼지 나는 일대기를 온 몸으로 받들어 올린다

 꿇고 엎드린 어머니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저러다가, 저렇게 깊은 잠 드는가 싶다

 어머니 손바닥, 깊게 파인 도랑 사이로

 고요한 것이 흐른다

 흥건하다

 손끝을 타고 흐르는 저 무진한 물길

 주악비천도의 젖은 치마자락이 문지방을 넘는다

 풍경을 치고 온 바람이 연등 아래를 맴돌고,

 어머니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다 

 

 

 

         계간『시작』 2008년 여름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3년 『문학,선』등단.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받음

                  온시 동인. 시산맥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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