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북방(北方) / 안도현

폴래폴래 2009. 4. 25. 23:30

 

 

 

                                                         사진:네이버포토 

 

 

 

 

             북방(北方)            / 안도현

 

 

  물 좋은 명태의 대가리며 몸통을 칼로 쫑쫑 다져 엄지손톱 크기로 나박나박 썬 무와 매운 양념에 버무려 먹는 찬이 있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명태선이라 한다 국어사전에는 물론 없다

 

  이 별스럽고 오래된 반찬은 눈발의 이동경로를 따라 북방에서 남으로 내려왔을 것 같다 큰 산에 눈 많이 내리거나 처마 끝에 고드름 짱짱해야 내륙의 부엌에서는 도마질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이것을 나는 노인처럼 편애하였다, 들창에 눈발 치는날 달착지근한 무를 씹으면 입에서 눈 밟는 소리가 나서 좋았고, 덜 다져진 명태뼈가 가끔 이에 끼여도 괜찮았다

 

  나도 얼굴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맛있게 자셨다는 이것을 담글 때면 어머니는 솜치마 입은 북쪽 산간지방의 여자가 되었으리라 그런 날은 오지항아리 속에 먼바다를 귀히 모신다고 생각했으리라

 

  갓 담근 명태선을 놓고 아들과 함께 밥을 먹는 오늘 저녁, 눈발이 창가에 기웃거린다 북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수만 마리 명태떼가 몰려오고 있다

 

 

 

 

                  - 安度眩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우석대 문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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