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북방(北方) / 안도현
물 좋은 명태의 대가리며 몸통을 칼로 쫑쫑 다져 엄지손톱 크기로 나박나박 썬 무와 매운 양념에 버무려 먹는 찬이 있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명태선이라 한다 국어사전에는 물론 없다
이 별스럽고 오래된 반찬은 눈발의 이동경로를 따라 북방에서 남으로 내려왔을 것 같다 큰 산에 눈 많이 내리거나 처마 끝에 고드름 짱짱해야 내륙의 부엌에서는 도마질 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이것을 나는 노인처럼 편애하였다, 들창에 눈발 치는날 달착지근한 무를 씹으면 입에서 눈 밟는 소리가 나서 좋았고, 덜 다져진 명태뼈가 가끔 이에 끼여도 괜찮았다
나도 얼굴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맛있게 자셨다는 이것을 담글 때면 어머니는 솜치마 입은 북쪽 산간지방의 여자가 되었으리라 그런 날은 오지항아리 속에 먼바다를 귀히 모신다고 생각했으리라
갓 담근 명태선을 놓고 아들과 함께 밥을 먹는 오늘 저녁, 눈발이 창가에 기웃거린다 북방한계선 밑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은, 수만 마리 명태떼가 몰려오고 있다
- 安度眩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국문과 단국대 대학원 문창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우석대 문창과 교수.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 / 조은길 (0) | 2009.04.28 |
|---|---|
| 강물이 흐르는 너의 곁에서 / 전봉건 (0) | 2009.04.27 |
| 모델 / 이민하 (0) | 2009.04.25 |
| 꽃 / 김사인 (0) | 2009.04.23 |
| 불안으로부터의 離巢 / 한석호 (0) | 2009.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