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 / 손창기
아카시아에도 버선발이 있는가 보다
바지랑대에 매달려 있는 꽃망울에는
발뒤꿈치가 자란다
회한과도 같은 향기를 아그데아그데
피어 올린 제 버선이
향기로운 사향주머니였다는 것
흰 옥양목을 앙감질로 밟듯
터질 듯한 속살이 드러난다
한 겹, 두 겹 속버선 벗겨진 사이로
뾰족이 코끝을 내미는 실밥들,
상처 터진 자리에 봄이 돋고
이 고요의 그늘 속에
시린 발목을 내놓은
꽃들이 지그재그로 만개한 버선들을 열고
너덜너덜거리는 동안
지상엔 티밥만한 햇빛들이 수북이 널브러진다
봄이 다 널브러진다
- 2003년, 현대시학 당선작.
- 1967년 경북 군위 출생.
영남대 국어교육과, 경북대 교육대학원 졸업.
200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달팽이 聖者>2009년.
푸른시 동인, 포항문학 회원. 포항 대동고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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