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골목길 / 이병초

폴래폴래 2009. 3. 8. 10:31

 

 

 

 

                                     사진출처:네이버포토갤러리

 

 

 

           골목길        / 이병초 

 

 

 

 흙담 밑을 쪼옥 따라서 채송화가 피었다

 죽순 토막들이 껍질째 뒹군다

 물지게 진 안짱다리들이

 싸리울 뚫고 나온 돼지새끼들에게

 뒤뚱거리고, 돈 좀 달라고 띵깡 부렸간디

 니미 팔아서 주끄나! 하는 소리 쩡쩡 울리고,

 경숙이 누나 연애편지를 유님이 누나에게 줬다고

 직사하게 욕 얻어먹었어도

 아침이면 싸리비질 등살에 흙냄새가 새로웠다

 명수 형이 누렁소 팔아먹고 무릎 굻고 용서 빌던 골목

 발통기 피댓줄에 손목 바스라진 용남이 삼촌이

 창백하게 들어서던 골목

 

 젖은 짚 태우는 냄새 꽁보리밥 짓는 냄새

 쇠죽 쑤는 냇내를 안쪽으로 끌어들이며 웃거티로

 아랫거티로, 구판장으로, 앞시암으로,

 덕호네 집 꼭대기로 탯줄같이 뻗어간 골목

 똥개 한 마리가 짖으면 동네 똥개란 똥개가 다 깽깽거려서

 발 디딜 틈이 없던, 그 통에 '전설 따라 삼천 리'

 유기현 목소리가 팍 꺾이던

 저 잡녀르 것덜 된장 발라버리자고 입똥내 튀던 골목

 된장 발라버릴 것덜이 똥개덜 뿐이것냐고

 누가 또 없는 비료값 물리능갑다고

 애먼 골마리나 추어 쌓던 골목

 

 함 사시요! 악쓰고 떼쓰는 발밑에 흰 봉투가 깔리고

 갈몰떡 땜시 사타구니에 가래톳 섰다는 형들이

 우당탕퉁탕 지게작대기에 쫓기고,

 꽃상여가 사람들을 줄래줄래 물고나오던 골목

 주 씨네 감꽃들이 주울똥말똥 떨어져 있던 골목

 

 

 

 

 

                 - 시작노트

 

              동네 아줌씨들은 내가 마음에 안 드나보다. 키도 작고 못 생긴 데다 괭이질

              쇠스랑질도 옴팡지지 못하고, 물지게조차 시원스레 져본 적 없는, 어디 가서

              야물딱지게 주먹 한번 쥐어본 적 없는 내가 정말 병신같이 그네들에게 찍혔

              나보다. 저런 것이 참말 사람될거나 ─이런 눈빛들이 노골적으로 히죽거리는

              저물녘, 발부리로 생땅이나 후벼 파는 골목에 밥 짓는 냄새가 새어나온다. 대

              꾸할 아무런 말도 못 찾고 흙벽에 기댄 내 어깨를 밥 냄새처럼 껴안아줄 백합

              한 송이가 골목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 1998년 '시안'등단. 우석대 국문과,고대 대학원 국문과.

                         시집<밤비><살구꽃 피고>. 불꽃문학상 수상.

                           현재 웅지세무대학 교수.

 

 

 

                

 

             갑자기 대문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그동안 푼푼히 사 둔 곡이 50여곡이나

             되는데 이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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