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봄밤에 / 장석남

폴래폴래 2009. 3. 6. 22:50

 

 

 

 

 

 

 

 

             봄밤에            / 장석남 

 

 

 

 개가 짖는다

 처음엔 두부장수를 짖고

 오토바이를 짖고 이어서

 발소리들도 짖는다

 밤새 개가 짖는다

 들이닥친 봄밤이 낯선 모양이다

 앵두꽃과

 쑥스러운 상주처럼 비켜서서 피어 있는 목련을 짖고 또

 늦게 피는 복사꽃을 짖는 게로구나

 개가 짖는다

 개가 짖을 때

 개가 봄밤을 짖을 때

 나도 그 개 짖는 소리의

 정 가운데 앉아보자

 단정히, 매우 드문 일이지만

 단정을 가장하고라도 단정히 앉아보자

 

 나는 한없이 작게 흔들리다가

 갑자기 열린 문 앞의 촛불처럼 바람에 휘몰리면서

 그만 휙, 단 1초도 견디지 못하고

 무명실 같은 연기를 등에 꽂고

 사라질 것만 같다

 나는 내가 한없이 낯설고

 나는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나는 내가 한없이 가엾다

 앵두꽃보다도 작은 지혜도 없이

 앵두꽃보다도 작은 미련도 없이

 부끄러움마저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 채,

 단 1초도 견디지 못한 채,

 

 

 

 

 

                  - 1965년 인천 덕적 출생.

                    서울예전 문창과, 인하대 대학원 국문과 박사.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김수영문학상(1992년), 현대문학상(1999년)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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