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슬픔을 사육하다 /고성만

폴래폴래 2009. 3. 7. 12:11

 

 

 

 

 

 

                    슬픔을 사육하다          / 고성만 

 

 

 

 눈코입 오목조목한 여자를 얻어

 재우고 입히고 먹이고 학교 보내고 싶어

 

 그 여자 결혼하여

 그 여자 닮은 딸 낳으면

 저녁 문간에 걸어둔

 가녀린 등불 하나

 

 왜 가끔 심청 생각이 나나 몰라 젖동냥 길러주신 아비께 눈물 밥

지어 올리고 상머리에 앉아 이것은 밥이요 이것은 반찬이요 떠 넣

어드리는, 제 몸 팔아 아비 개안시키는 자식 되었다가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입 안 가득 하모니카를 불다가

 

 어느 추운 겨울날 부모 살릴 생명수 구하러 홑껍데기 누더기 걸치고

고꾸라졌다 일어서서 서천서역국 찾아가는 바리데기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면서

 

 지긋이 물속에 잠겨

 초점 없는 눈동자 위로 툭

 떨어지는 꽃송이들

 황금색 몰약 같은 꿈 다시 꾸고 싶어

 

 

 

 

 

                 - 1963년 전북 부안 변산 출생.

                       1998년 '동서문학'등단.

                      시집<올해 처음 본 나비><슬픔을 사육하다>

                      국제고등학교 교사.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집 / 기형도  (0) 2009.03.09
골목길 / 이병초  (0) 2009.03.08
봄밤에 / 장석남  (0) 2009.03.06
낙화, 첫사랑 / 김선우  (0) 2009.03.05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0) 2009.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