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포토
3월 / 조은길
벚나무 검은 껍질을 뚫고
갓 태어난 젖빛 꽃망울들 따뜻하다
햇살에 안겨 배냇잠 자는 모습 보면
나는 문득 대중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뽀오얀 수증기 속에
스스럼없이 발가벗은 여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서로서로 등도 밀어 주고 요구르트도 나누어 마시며
볼록하거나 이미 홀쪽해진 젖가슴이거나
엉덩이거나 검은 음모에 덮여 있는
그 위대한 생산의 집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해가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을 시장 구석 자리에서 날마다 생선을 파는
생선 비린내보다
니코틴 내가 더 지독한 늙은 여자의
물간 생선을 떨이해 주고 싶다
나무껍질 같은 손으로 툭툭 좌판을 털면 울컥
일어나는 젖비린내 아 ─
어머니
어두운 마루에 허겁지겁 행상 보따리를 내려놓고
퉁퉁 불어 푸릇푸릇 핏줄이 불거진
젖을 물리시던 어머니
3월 구석구석마다 젖내가 어머니
그립다
* 1998년'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심사위원(최동호.시인,고대교수)
(이시영.시인,단국대 초빙교수)
노을이 흐르는 강 / 조은길
여기서부터는 서쪽이다
저 많은 강물이
강물 위에 번져 있는 저 많은 빛들이
빛을 바라는 저 많은 창들이
여기서부터는 모조리 서쪽으로 길은 바꾸는
기적이 일어난다 장난 같다
서녘 하늘 구름들이 가지가지 모양으로 엉켜 있다
그 중에서 목화송이를 뭉쳐놓은 것 같은
희고 동글동글한 구름이 제일 좋다
한없이 포근한 한없이 부드러운
내 어머니 젖가슴 같은 형상
나는 아무래도 저것이 제일 좋다
서녘을 맴돌던 해가 갑자기 붉은 이빨을 치켜들고
어머니 젖가슴을 물어뜯고 있다 어머니의
애타던
눈물겹던
달콤하던
생의 페이지들이
삽시간에 핏빛으로 물들어버렸다
나는 수술실 밖에서 어머니를 기다리는데
응애응애 옛날처럼 기다리는데
어머니는 이제 맨 처음 생을 받을 때처럼
조그맣게 강보에 싸여 울고 계신다
-경남 마산 출생.
199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노을이 흐르는 강>2007,서정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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