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운주사 꽃 부처 / 강영은

폴래폴래 2009. 2. 25. 11:59

 

 

 

 

 

 

                운주사 꽃 부처            / 강영은 

 

 

 

 바람이 목탁 두들기는 경내, 수국 꽃향기가 짙다

 스님은 보이지 않고 돌잠 자는 와불 위

 개미 한 마리 천천히 지나간다 몇 바퀴 세월이 지나갔을까?

 

 개울가에는 여기저기 돌담불, 한결같이 수수한 절 빛인데

 오래된 시간의 사찰을 세우는지 돌이 된 부처들

 물소리 내며 걸어간다

 

 요사체로 내몰린 부처 한 분,

 반쯤 잘린 몸뚱이는 물속에 버려둔 채

 돌로 돌아가는 입 속에 가시꽃 한 송이 물고 있다

 내 입을 때리는 구잠 한 구절 꽃잎 속에서

 흘러나온다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하지 말라

 말해야 할 때 침묵해도 안 되고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해서도 안 된다

 입아, 입아 그렇게만 하여라

 

 돌아보니, 엉겅퀴 꽃 부처였다

 돌 속으로 들어간 말씀이 엉겅퀴 꽃 부처가 되기까지

 긴 하루, 천년이 흘렀다

 

 

 

 

 

                   -  2009, 서정과 상상 봄호 원고발송.

 

                            - 1957년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등단.

                              시집<녹색비단구렁이>2008.종려나무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롱나무 궁궐 / 강영은  (0) 2009.02.27
박서영 시보기  (0) 2009.02.26
열무우꽃 / 김달진  (0) 2009.02.24
멧새 소리 / 백석  (0) 2009.02.24
문태준 시보기  (0) 2009.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