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 꽃 부처 / 강영은
바람이 목탁 두들기는 경내, 수국 꽃향기가 짙다
스님은 보이지 않고 돌잠 자는 와불 위
개미 한 마리 천천히 지나간다 몇 바퀴 세월이 지나갔을까?
개울가에는 여기저기 돌담불, 한결같이 수수한 절 빛인데
오래된 시간의 사찰을 세우는지 돌이 된 부처들
물소리 내며 걸어간다
요사체로 내몰린 부처 한 분,
반쯤 잘린 몸뚱이는 물속에 버려둔 채
돌로 돌아가는 입 속에 가시꽃 한 송이 물고 있다
내 입을 때리는 구잠 한 구절 꽃잎 속에서
흘러나온다
말해야 할 때 말하고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하지 말라
말해야 할 때 침묵해도 안 되고 말해서는 안 될 때 말해서도 안 된다
입아, 입아 그렇게만 하여라
돌아보니, 엉겅퀴 꽃 부처였다
돌 속으로 들어간 말씀이 엉겅퀴 꽃 부처가 되기까지
긴 하루, 천년이 흘렀다
- 2009, 서정과 상상 봄호 원고발송.
- 1957년 제주 출생.
2000년 '미네르바'등단.
시집<녹색비단구렁이>2008.종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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