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시 읽기
문짝
나는 옷에 배었던 먼지를 털었다.
이것으로 나는 말을 잘 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한 셈이다.
작은 데 비해
청초하여서 손댈 데라고는 없이 가꾸어진 초가집 한 채는
'미숀'계, 사절단이었던 한 분이 아직 남아 있다는 반쯤 열린 대문짝이 보인 것이다.
그 옆으론 토실한 매 한가지로 가꾸어 놓은 나직한 앵두나무 같은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가도 좋다는 맑았던 햇볕이 흐려졌다.
이로부터는 아무데구 갈 곳이란 없이 되었다는 흐렸던 햇볕이 다시 맑아지면서,
나는 몹시 구겨졌던 마음을 바루 잡노라고 뜰악이 한 번 더 들여다 보이었다.
그때 분명 반쯤 열렸던 대문짝.
꿈 속의 향기
金素月 성님을 만났다
어느 산촌에서
아담한 기와집 몇 채 있는 곳에서
싱그러운 한 그루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산들바람 부는 곳에서
상냥한 女人이 있는 곳에서.
관악산 능선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지금 내가 風景과 함께
살아 있음을 느낄 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몇 마디 말을 하자면
허황된 꿈일지라도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가난한
불구자 돕기 운동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옛 성현들이 깜짝 놀라
목화송이 같은 미소를 짓도록 말이다.
- 1921년 황해도 은율 출생.
1944년 일본 동경문화원 문학과 중퇴.
1953년 신세계에 '園丁'발표 작품활동 시작.
1978년 한국시인협회상. 1983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84년 12월8일 육십삼 세로 세상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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