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문짝 / 김종삼

폴래폴래 2009. 2. 22. 00:34

 

 

 

 

 

김종삼 시 읽기

 

 

문짝

 

 

 나는 옷에 배었던 먼지를 털었다.

 이것으로 나는 말을 잘 할 줄 모른다는 말을 한 셈이다.

 작은 데 비해

 청초하여서 손댈 데라고는 없이 가꾸어진 초가집 한 채는

 '미숀'계, 사절단이었던 한 분이 아직 남아 있다는 반쯤 열린 대문짝이 보인 것이다.

 그 옆으론 토실한 매 한가지로 가꾸어 놓은 나직한 앵두나무 같은 나무들이 줄지어 들어가도 좋다는 맑았던 햇볕이 흐려졌다.

 이로부터는 아무데구 갈 곳이란 없이 되었다는 흐렸던 햇볕이 다시 맑아지면서,

 나는 몹시 구겨졌던 마음을 바루 잡노라고 뜰악이 한 번 더 들여다 보이었다.

 

 그때 분명 반쯤 열렸던 대문짝.

 

 

 

 

                                  꿈 속의 향기

 

 

 金素月 성님을 만났다

 어느 산촌에서

 아담한 기와집 몇 채 있는 곳에서

 싱그러운 한 그루

 나무가 있는 곳에서

 산들바람 부는 곳에서

 상냥한 女人이 있는 곳에서.

 

 

 

 

                            관악산 능선에서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지금 내가 風景과 함께

 살아 있음을 느낄 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몇 마디 말을 하자면

 허황된 꿈일지라도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가난한

 불구자 돕기 운동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옛 성현들이 깜짝 놀라

 목화송이 같은 미소를 짓도록 말이다.

 

 

 

 

 

                - 1921년 황해도 은율 출생.

                    1944년 일본 동경문화원 문학과 중퇴.

                    1953년 신세계에 '園丁'발표 작품활동 시작.

                    1978년 한국시인협회상. 1983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84년 12월8일 육십삼 세로 세상을 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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