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찔레꽃 / 양현근

폴래폴래 2009. 2. 21. 00:45

 

 

 

 

 

 

 

 

                 찔레꽃        / 양현근 

 

 

 이제 쉬었다 가요

 나무 작대기도 거기 내려놓으시구요

 당신이 좋아하시는 찔레꽃도 환하게 피어났어요

 찔레꽃가뭄 들면 하늘만 바라보던

 섬진강 웃대꿀 열댓마지기 논배미는

 평생을 지고도 다 못진 당신의 등지게였다지요

 경운기도 못 다니는 비좁은 논둑길을

 등판이 휘도록 혼자 짊어지고 다녔다지요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괜찮다 괜찮다 하며 어깨의 통증

 밤새도록 돌아눕곤 했다지요

 당신의 헛기침이 다져놓은 신작로를

 말표고무신이 까까중 머시마들을 데리고 다녀요

 벌써 마을은 지워지고 모판 한 짐이 참방거려요

 이제 내려놓으시라고 달빛은 졸졸 따라다녀요

 무논자락에선 개구리 울음소리가

 밤새도록 들판을 감았다 풀었다 하네요

 허기진 하루 돌아설 때

 당신이 내려놓은 무거운 등지게는

 이제 내가 지고가요

 흙냄새 맡아 새파래지는 아랫대꿀 지나

 미루나무 한 소절 낭창낭창 휘어져가요

 

 

 

 

              -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시선'등단. 시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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