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양현근
이제 쉬었다 가요
나무 작대기도 거기 내려놓으시구요
당신이 좋아하시는 찔레꽃도 환하게 피어났어요
찔레꽃가뭄 들면 하늘만 바라보던
섬진강 웃대꿀 열댓마지기 논배미는
평생을 지고도 다 못진 당신의 등지게였다지요
경운기도 못 다니는 비좁은 논둑길을
등판이 휘도록 혼자 짊어지고 다녔다지요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고
괜찮다 괜찮다 하며 어깨의 통증
밤새도록 돌아눕곤 했다지요
당신의 헛기침이 다져놓은 신작로를
말표고무신이 까까중 머시마들을 데리고 다녀요
벌써 마을은 지워지고 모판 한 짐이 참방거려요
이제 내려놓으시라고 달빛은 졸졸 따라다녀요
무논자락에선 개구리 울음소리가
밤새도록 들판을 감았다 풀었다 하네요
허기진 하루 돌아설 때
당신이 내려놓은 무거운 등지게는
이제 내가 지고가요
흙냄새 맡아 새파래지는 아랫대꿀 지나
미루나무 한 소절 낭창낭창 휘어져가요
-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시선'등단. 시마을 동인.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오래 된 書籍 / 기형도 (0) | 2009.02.23 |
|---|---|
| 문짝 / 김종삼 (0) | 2009.02.22 |
| 나의 아내 / 문정희 (0) | 2009.02.20 |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0) | 2009.02.20 |
| 천정을 보며 / 정양 (0) | 2009.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