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을 보며 / 정양
우리네 사는 일 따뜻하여
잠 아니 올 때
기억 밖에서 흘러가던 바람소리
어쩌다 되돌아와서
내 영혼의 우수의 石鏡을 닦는다.
추적추적 궂은비가 내리는 새벽에
비로소 잠이 드는 친구의 피곤한
꿈자리를 지나서
높고 가난하고 또 쓸쓸한
우리 스승의 숙명의
한많은 걸음걸이나 시늉하며
따라가다가
문득, 오랜 만에 참으로
오랜 만에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엄청난 차질일지 어쩔지
좀처럼 요약되지 않는 우리네
사랑이며 예감이며
뉘우침이며 모두
그늘이 되어 바람이 되어 쓸쓸한
휴식이 되어
아무러면 괜히 목숨이 탈까 목숨이 탈까
사랑이여,
더러는 죽고, 더러는
살아서 소식없는
우리 곁에서 수없이 떠나간 사람들의
남긴 시간을 보자.
우리의 살다 남은 시간을 보자.
피곤한 음계를 오르내리며
한세상 가고
우리네 생활은 바람의
절망의 저 건너편에서 시작되어도
우리네 초라한 희로애락
모두 맘에 들어라.
내 기억 밖에서 흘러가던 바람소리
다시 기억 밖으로 흘러가고
모든 자랑의 사랑의 절망의
뉘우침의
저 바람소리엔 주석이 필요치 않다.
-1942년 전북 김제 출생.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의 아내 / 문정희 (0) | 2009.02.20 |
|---|---|
|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 이상국 (0) | 2009.02.20 |
| 화석 / 김기택 (0) | 2009.02.18 |
| 분꽃 / 목필균 (0) | 2009.02.17 |
| 그 희고 둥근 세계 / 고재종 (0) | 2009.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