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희고 둥근 세계 / 고재종
나 힐끗 보았네
냇갈에서 목욕하는 여자들을
구름낀 달밤이었지
구름 터진 사이로
언뜻, 달이 얼굴 내민 순간
물푸레나무 잎새가
얼른, 달의 얼굴 가리는 순간
나 힐끗 보았네
그 희고 둥근 여자들의
그 희고 풍성한
모든 목숨과 新出의 고향을
내 마음의 천둥 번개 쳐서는
세상 일체를 감전시키는 순간
때마침 어디 딴세상에서인 듯한
풍덩거리는 여자들의
참을 수 없는 키득거림이여
때마침 어디 마을에선
훅, 끼치는 밤꽃향기가
밀려왔던가 말았던가
- 1957년 전남 담양 출생.
1984년 실천문학 등단.
소월시문학상 대상.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