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는 몸으로 울지 않는다 / 이산
혼자 있을 때면 몸에서 독한 술 냄새가 난다.
내 속에 묵은 기억이 발효되는 동안
나는 증류스처럼 고요하다.
아버지의 오줌 누는 소리가 희미하다. 나는 잠결에 그것을 외로움으로 듣곤 했다. 마지막 오줌 방울이 간혹 손끝에 묻어날 때 아버지 당신과 나의 유전자는 수세기를 몰아 잔뇨감을 느끼듯 섬뜩해지지만 변기 앞에 한참을 서있는 당신은 그저 쓸쓸해 지층에 갇힌 화석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밤 식탁에서 천천히 물을 마실 때 달무리처럼 번져, 오르는 방광을 향해 우리의 염색체도 하나씩 물들어 간신히 이 밤을 넘어갈 것을 안다.
어느 날 인간의 성대를 읽어버린 앵무새처럼
당신은 끄덕거리며 고개를 수그린다.
나는 물을 조금 더 아껴 마신다.
- 1978년 포항 출생.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석사.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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