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옆 단풍나무 / 조원
반여 농수산물 생선가게에는
내장을 끄집어내는 그녀의 손이 있네
단풍을 닮은 그녀의 피 묻은 손
반지름 구하다 원 밖에서 잠든 아들이
거대한 정원을 그리는 동안
소금기 없이 돌아오던 그녀
울창한 나무가 우뚝 선 동네
옥수수처럼 돋아난 불빛을 보네
달깍 달깍 저녁을 비우고
디저트용 붉은 열매 따 먹고 있는
새엄마 싸리 빗자루에 바동바동 쫓겨났던 일 기억나요 수저 그림자 떠다니는 밥상, 식구들 웃음소리 창문으로 내비치면 얼어붙은 수도꼭지에서 달빛 한 덩이 녹아 내렸지요 마지막 그릇 비워질까 바깥을 서성이던 나는 밥풀 같은 흙모래 싹싹 긁었어요 반쯤 잘린 어둠이 싫었어요 온 집안 스위치를 내리고 까맣게 타 버리고 싶었지요
사시사철 푸른 숲에서
무수한 열매를 따 내는 손
울창한 나무로 살아가며
저토록 밝은 불빛을 피우는 걸까
베란다에는 흔들리지 않고
층층이 말라가는 빨래가 있네
수리수리 마수리 무엇이든 수리되어 나오는
신기한 마술의 집
"내 붉은 손가락에도 아가미를 달아줘요"
얼어붙은 물길을 휘젓고 싶은 그녀
정원이 그려진 골목으로 바스라져 가네
- 1968년 경남 창녕 출생. 동의대 미술학과 졸업.
<잡어>동인.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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