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아파트 옆 단풍나무 / 조원

폴래폴래 2009. 2. 11. 09:51

 

 

 

 

 

 

 

      아파트 옆 단풍나무    / 조원 

 

 

 반여 농수산물 생선가게에는

 내장을 끄집어내는 그녀의 손이 있네

 단풍을 닮은 그녀의 피 묻은 손

 반지름 구하다 원 밖에서 잠든 아들이

 거대한 정원을 그리는 동안

 소금기 없이 돌아오던 그녀

 울창한 나무가 우뚝 선 동네

 옥수수처럼 돋아난 불빛을 보네

 달깍 달깍 저녁을 비우고

 디저트용 붉은 열매 따 먹고 있는

 

 새엄마 싸리 빗자루에 바동바동 쫓겨났던 일 기억나요 수저 그림자 떠다니는 밥상, 식구들 웃음소리 창문으로 내비치면 얼어붙은 수도꼭지에서 달빛 한 덩이 녹아 내렸지요 마지막 그릇 비워질까 바깥을 서성이던 나는 밥풀 같은 흙모래 싹싹 긁었어요 반쯤 잘린 어둠이 싫었어요 온 집안 스위치를 내리고 까맣게 타 버리고 싶었지요

 

 사시사철 푸른 숲에서

 무수한 열매를 따 내는 손

 울창한 나무로 살아가며

 저토록 밝은 불빛을 피우는 걸까

 베란다에는 흔들리지 않고

 층층이 말라가는 빨래가 있네

 수리수리 마수리 무엇이든 수리되어 나오는

 신기한 마술의 집

 

 "내 붉은 손가락에도 아가미를 달아줘요"

 얼어붙은 물길을 휘젓고 싶은 그녀

 정원이 그려진 골목으로 바스라져 가네    

 

 

 

           - 1968년 경남 창녕 출생. 동의대 미술학과 졸업.

               <잡어>동인.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