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푸레나무의 겨울나기 / 강지희

폴래폴래 2009. 2. 5. 11:06

 

 

 

 

                   이미지사진: 청미래덩굴

 

 

           물푸레나무의 겨울나기         / 강지희 

 

 

 

   뒷산 길섶 물푸레나무

   잎 다 떨군 가지들이 자잘한 뿌리 같다

   저마다 눈을 달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촉수들

   겨울을 견디기 위해 나무는

   뿌리를 지상으로 밀어내고

   동면하는 짐승인 양

   잎들은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이다 젖은

   뿌릴 햇살에 널어 말리는 동안

   저쪽 안부가 궁금한 제 우듬지를

   땅 속 깊숙이 내려놓고

   칭얼대는 어린 새순에게 그렁그렁 젖을 먹이며

   사슴벌레 쉬었다 갈 그늘을 짓고 개똥지빠귀

   둥질 어디에 앉힐까 궁리하는 것이다

   이윽고 기다리던 봄비들이

   물조리개처럼 마른 숲을 적시면

   공중의 뿌리들은 재빨리 땅 아래로 내려가고

   잎들은 천천히 지상으로 걸어 나와

   공중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내면 금방이라도 푸른 피

   한 바가질 쏟아 낼 것 같은,

   뒷산 길섶에 거꾸로 박힌 내가 서 있다

 

 

 

             - 1963년 경북 영천 출생

               영남대,경주 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 재학 중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