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사진: 청미래덩굴
물푸레나무의 겨울나기 / 강지희
뒷산 길섶 물푸레나무
잎 다 떨군 가지들이 자잘한 뿌리 같다
저마다 눈을 달고 두리번거리고 있는 촉수들
겨울을 견디기 위해 나무는
뿌리를 지상으로 밀어내고
동면하는 짐승인 양
잎들은 땅 속에 묻어두는 것이다 젖은
뿌릴 햇살에 널어 말리는 동안
저쪽 안부가 궁금한 제 우듬지를
땅 속 깊숙이 내려놓고
칭얼대는 어린 새순에게 그렁그렁 젖을 먹이며
사슴벌레 쉬었다 갈 그늘을 짓고 개똥지빠귀
둥질 어디에 앉힐까 궁리하는 것이다
이윽고 기다리던 봄비들이
물조리개처럼 마른 숲을 적시면
공중의 뿌리들은 재빨리 땅 아래로 내려가고
잎들은 천천히 지상으로 걸어 나와
공중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내면 금방이라도 푸른 피
한 바가질 쏟아 낼 것 같은,
뒷산 길섶에 거꾸로 박힌 내가 서 있다
- 1963년 경북 영천 출생
영남대,경주 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 재학 중
200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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