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 박서영

폴래폴래 2009. 2. 5. 09:03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박서영 

 

 

 

   일몰 무렵이던가

   아이를 지우고 집으로 가는 길

   태양이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갔다

   그 후론 내 몸에 온통 물린 자국들이다

   칸나를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칸나 잎사귀 사이의 투명한 거미집

   불룩한 배에 노란 줄무늬의

   거미가 천천히 허공으로 빨려 들어간다

   저, 불룩한 배를 터뜨리고 싶다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물고 사라진다

   거미는 무거운 배를 끌어안고 천천히

   태양의 산부인과로 들어간다

   집게로 끄집어낸 태아들이

   여름대낮 칸나로 피어난다

   관 뚜껑이 열리듯 꽃이 피면

   내 몸은 쫙쫙 찢어진 꽃잎이 된다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호안 미로의 그림 제목

 

 

 

           - 1968년 경남 고성 출생.1995년 '현대시학'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