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비문碑文 / 박남희

폴래폴래 2009. 2. 2. 20:27

 

 

 

 

                                              사진출처:네이버포토갤러리

 

 

             비문碑文            / 박남희 

 

 

 

봉긋한 가슴 옆에 서있는 거

 

그게 비문이야

 

가슴으로 읽어도 잘 읽히지 않는 게 비문이야

 

제 몸에 말을 새기고

 

온몸으로 말을 하려는 것이 비문이야

 

비문은 편지 같은 게 아니야

 

바람 같은 거야

 

상징 같은 거야

 

구름을 보고 웃는 듯 마는 듯 잠자는 듯 깨어있는 듯

 

그렇게 백 년을 살아 제 몸의 못소리 희미해져도

 

제 곁에 풀 베는 소리 아주 안 들려도

 

봉긋하던 가슴이 편지가 되어도

 

끝끝내 우뚝 서서

 

스스로가 경전인 거야, 비문은

 

 

 

 

               - 1996년'경인일보' 1997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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