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여린 나뭇가지로 고기를 굽다 / 이정록

폴래폴래 2009. 2. 3. 21:20

 

 

 

 

 

 

 

  여린 나뭇가지로 고기를 굽다     / 이정록 

 

 

 

논바닥을 메워

사과나무를 심은 친구에게 놀러간다

젊은 나이에 작파를 겪은 사과 껍질과

삼겹살을 구워먹으러 간다

 

옮겨 심은 지

일 년 만에 가지치기를 하니

마음에 다시 칼날이 서데

철망에 달라붙는 고기를 뒤집는다

 

오도독뼈 박힌 놈이 맛도 좋은 겨

실패라는 게 삼겹살 같은 거지

흠칫 소주를 붓는데, 철망 아래

첫 가지치기로 잘려 나온 여린 가지들

잎눈 꽃눈부터 스러진다

 

삶의 불길은

싹눈부터 잡아먹으려 하지

우리들 몸엔 웃자란 싹수가 무성치 않은가

가지째 던져주는 거지 뭐

 

하루저녁,

과수원도 논도 아닌 곳에

뿌리를 내려보는 잡목 위로

삼삼하게 달은 떠오르는데

 

저 달은 얼마만큼의

가지치기를 겪은 열매인가

저 별들은 얼마나 멀리

달아난 톱밥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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