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나뭇가지로 고기를 굽다 / 이정록
논바닥을 메워
사과나무를 심은 친구에게 놀러간다
젊은 나이에 작파를 겪은 사과 껍질과
삼겹살을 구워먹으러 간다
옮겨 심은 지
일 년 만에 가지치기를 하니
마음에 다시 칼날이 서데
철망에 달라붙는 고기를 뒤집는다
오도독뼈 박힌 놈이 맛도 좋은 겨
실패라는 게 삼겹살 같은 거지
흠칫 소주를 붓는데, 철망 아래
첫 가지치기로 잘려 나온 여린 가지들
잎눈 꽃눈부터 스러진다
삶의 불길은
싹눈부터 잡아먹으려 하지
우리들 몸엔 웃자란 싹수가 무성치 않은가
가지째 던져주는 거지 뭐
하루저녁,
과수원도 논도 아닌 곳에
뿌리를 내려보는 잡목 위로
삼삼하게 달은 떠오르는데
저 달은 얼마만큼의
가지치기를 겪은 열매인가
저 별들은 얼마나 멀리
달아난 톱밥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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