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시창고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폴래폴래 2009. 2. 1. 20:43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 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 1955년 대구 출생. 1990년 '문학과사회'등단.

                시집<침엽수림에서><소읍에 대한 보고>

                <물방울 무덤>. 1991년 제1회 대구시협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