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자국 고수레 / 이형기
내 죽거들랑 무덤을 짓지 말라
하물며 돌에 문자를 새긴 묘비일까 보냐
그냥 불에 태운 뼛가루 두어 줌
강가에 뿌리면 그만이다
그러면 나는
원래의 내 자리
실은 누구나 게서 온 그 자리
텅 빈 가이없는 허공으로
깨끗한 잊혀짐의 길 떠나갈 것이다
비오는 날이면
추적대는 빗줄기
휴우휴우 바람 부는 밤이면
불어대는 그 바람으로 날려서
공중에 무수하게 찍혀 있는
새의 발자국 그것이나 주워서
가는 길 하늘에 고수레하고
기꺼이 사라질 것이다
무엇이든 마지막엔 드러나는 바탕
아무것도 없음이여
억조(億兆)의 죽음을 삼키고도 예전 그대로
없음만이 찰랑대는 그곳 허무의 집으로
나는 선선히 돌아갈 것이다
'文學의 오솔길 > 시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여섯 개 안의 일곱 개 / 김점용 (0) | 2009.02.02 |
|---|---|
| 물방울 무덤들 / 엄원태 (0) | 2009.02.01 |
| 어머니의 설날 / 김종해 (0) | 2009.01.26 |
|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 / 고영민 (0) | 2009.01.26 |
| 제2회 시인시각 신인상 /이일림 (0) | 2009.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