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하고 쓸쓸한 곳에 다녀왔다
신새벽
봄은 아직도 표류 중
3월, 폭설이 지운 길을 더듬어
질식한 푸른빛들을 따라 오른 허공 비탈
절름발이 새들의 발자국들이 어지러운 쯔데기골*
흰 바람벽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던 고드름이 쭈뼛 귀를 세운다
고요를 깨우는 소란함
곳곳을 파헤치듯 들여다보는 여행자 무리에
쿨럭이는 빈 아궁이
영혼을 감아올리던 기도가 멈춘 곳
처마 밑엔 그늘만 웅크리고 있고
허기진 곰팡이들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은둔자의 수행처는
영혼이 빠져나간 빈집, 빈집
낡아 덜컹거리는 창문
온기 달아난 찻잔만이 갈라진 벽 사이로 말을 걸어오고
내 입속은 축축한 단어들로 얼룩지고 있다
멈춰진 시간의 저쪽을 덜컹거리며 내린 곳
낡은 공간을 더듬거리다 눈시울만 훔치고 돌아선다
* 법정 스님이 머물던 곳.
시집<파랑 아카이브> 미네르바 2021.
경북 의성 출생. 2017년 <월간문학> 등단
현 미네르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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