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영월 혹은 인제

폴래폴래 2021. 12. 31. 10:47

 

 영월 혹은 인제

 

                                이현승

 

 아픈 마음엔 풍경만 한 것이 없어라.

 안팎으로 찢어진 것이 풍경이리라.

 

 다친 마음이 응시하는 상처

 갈래갈래 갈라져 나간 산의 등허리를 보는 마음은

 찢긴 물줄기가 다시 합쳐지는 것을 보는 무연함이라네.

 거기, 어떤 헐떡임도 재우고 다독이는 힘이 있어

 산은 바다는 계곡과 별들을 저기 있네.

 

 크레바스 사이로 빨려 들어간 산사람처럼

 상처 속의 상처만이 가만히 잦아드네.

 

 찢긴 풍경에겐 상처 입은 마음만 한 것이 없어라.

 외로운 사람의 말동무 같네 저 상처.

 

 시집<대답이고 부탁인 말> 문학동네 2021.9

 

 

 1973년 전남 광양 출생. 1996년 전남일보,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아이스크림과 늑대><친애하는 사물들><생활이라는 생각>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록체에 대한 기억  (0) 2022.01.14
어느 우수주의자의 하루  (0) 2022.01.12
파랑 아카이브  (0) 2021.12.04
오므라진 나팔꽃 입  (0) 2021.10.26
그리움은 제 굴혈로 돌아온다  (0)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