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배웅

폴래폴래 2021. 6. 18. 10:14

27회 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배웅

 

              박청환

 

 떨어지지 않겠다고 버팅기며 목놓아 울어대는 통에

 십 리 오솔길 급기야 어미가 동행했다

 

 장날 마실 가듯

 어미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풀 냄새 맡다가

 나비 좇다가

 어느 순간 흠칫 놀라 겅중겅중 뛰어와

 마른 젖통 툭툭 치받던 길

 

 아가, 주인 인상 좋아 뵈더라

 외양간 북데기도 푸짐하더구나

 말 잘 듣고... 잘 살거라

 

 낯선 외양간에 울음 떼어 놓고

 돌아선 울음

 달빛 앞세워 새끼 발자국

 되밟아 오는 길

 

 큰 눈에 별 방울 뚝뚝

 

 

 1972년 충북 제천 출생. 수원대 행정학과 졸업

 KORAIL 1호선 전동열차 승무원. 2017년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부문 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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