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반반 치킨 봄봄

폴래폴래 2021. 6. 17. 14:51

반반 치킨 봄봄

 

                홍계숙

 

 

 사월의 취향은 꽃이면 꽃 이파리면 이파리,

 선택이 딱 부러지던 삼월과는 사뭇 다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월,

 배달된 벚나무 상자를 열면 꽃잎 반 잎사귀 반

 

 치킨은 역시 양념 반 프라이드 반, 골라 먹는 재미

 달콤한 꽃만으로는 속이 울렁거려

 담백한 이파리로 비위를 달래는 중이다

 

 달리던 연분홍 나무가 절반의 꽃을 비운 자리

 잎사귀 초록초록 상처에 새살 돋아날 때

 이별은 사월에 하자, 사랑이 절반쯤 남아 있을 때

 

 벚꽃 엔딩 울려 퍼지는 거리

 배달 치킨이 달려간다 동그란 꽃잎 흩날리며

 

 흰털과 검은 털이 반반인 고양이 지나간다

 새끼를 밴 어미는 어둠에서 꽃으로 건너가던 중이었을까

 

 슬픔과 기쁨의 문턱에서 태어난

 개나리 벚나무 복숭아 살구나무

 사월 꽃나무역엔 꽃과 잎이 바삐 환승 중이다

 

 얄궂은 봄비,

 달콤한 양념치킨만 쏙 골라 먹고

 초록색 프라이드만 가지에 남겨 놓았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1년 6월호

 

 

 2017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모과의 건축학><다정한 간격><파스타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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