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 치킨 봄봄
홍계숙
사월의 취향은 꽃이면 꽃 이파리면 이파리,
선택이 딱 부러지던 삼월과는 사뭇 다르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사월,
배달된 벚나무 상자를 열면 꽃잎 반 잎사귀 반
치킨은 역시 양념 반 프라이드 반, 골라 먹는 재미
달콤한 꽃만으로는 속이 울렁거려
담백한 이파리로 비위를 달래는 중이다
달리던 연분홍 나무가 절반의 꽃을 비운 자리
잎사귀 초록초록 상처에 새살 돋아날 때
이별은 사월에 하자, 사랑이 절반쯤 남아 있을 때
벚꽃 엔딩 울려 퍼지는 거리
배달 치킨이 달려간다 동그란 꽃잎 흩날리며
흰털과 검은 털이 반반인 고양이 지나간다
새끼를 밴 어미는 어둠에서 꽃으로 건너가던 중이었을까
슬픔과 기쁨의 문턱에서 태어난
개나리 벚나무 복숭아 살구나무
사월 꽃나무역엔 꽃과 잎이 바삐 환승 중이다
얄궂은 봄비,
달콤한 양념치킨만 쏙 골라 먹고
초록색 프라이드만 가지에 남겨 놓았다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1년 6월호
2017년 <시와반시> 등단
시집<모과의 건축학><다정한 간격><파스타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