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펄
배종환
당신이 외롭더라도
저물어 가는 노을에게 말하지 마라
흐려진 눈 짱뚱어처럼
뛰어오르고 싶어도 뛰어오르지 못한
가슴의 응어리에 대해
어정쩡한 마음이
하소연할 곳 찾는다면
나에게 털어놓고 가볍게 살아 봐라
살기 위해서 살아남으려고
얼굴을 일곱 번이나 갈아엎은
오소소한 부끄러움
온몸 붉은 버짐으로 타들어 가는 함초
사는 게 대단한 것도
힘에 부쳐 주저앉는 것도
복장 터지는 일도 당신뿐 아니다
치사한 생각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은 나에게 내동댕이치라
순식간에 밀려드는 광활한 물살로
사라지는 나처럼 풀어놓고 가면 된다
돌아서면 우리 만난 적 없는 인연만 남겠지
그 막막한 허공에서
혼자 다리를 꼬고 오래 서 있지 말라
퍼질러 앉아 울지도 말라
당신을 부축해 일으켜 줄 허공은 없다
계간 파란 2020 여름호
2015년 <발견> 등단.
시집 <야크의 눈> <향기로운 네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