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의 오솔길/ 변두리 시

만어사

폴래폴래 2019. 9. 12. 16:23



   만어사


                          배종환


 만 마리 물고기가

 낙동강을 뛰쳐나왔지만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칠흑에 비친 그림자

 소리 죽인 갈구렁그믐달

 인간의 부레를 두드린다


 촛불을 켜고 불전함에 시주하는 사람

 향을 사르며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사람

 엎드려 삼배 드리는 사람


 무더기 무더기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쓸모없는 물고기더라


 밤마다 와불로 잠든 적 있었거나

 득도를 꿈꾸다 열반에 든 경석硬石

 청아한 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만 마리 물고기가

 낙동강을 뛰쳐나왔지만

 한 마리도 죽지 않은 까닭은 어디에 있는가




 『서정시학』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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