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물고기나무 / 김형술

폴래폴래 2016. 3. 1. 12:19






                  물고기나무



                                              -김형술


   저 나무는

   제가 전생에 물고기였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저잣거리 한가운데 서서

   있는 듯 없는 듯

   묵언수행이더니


   어느 아침

   온몸에 흰 비늘을 달았다


   화안한 한낮이 며칠

   물속인 듯 출렁이더니

   나무 어느새 햇빛 속을 유영한다


   휘르륵 휘르륵

   세상으로 날아올라 흩어지는

   나무의 몸

   희붉은 비늘들


   사거리

   신호등 곁 늙은 벚나무 이제

   앙상하게 검은 뼈마디만으로

   한창인 봄을 일으켜 세운다


   뼈마디 사이사이

   연초록 핏방울 투둑투둑

   일어선다





   시집『타르초,타르초』2016 문예중앙




   -경남 진해 출생. 1992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의자, 벌레, 달>

    <나비의 침대><물고기가 온다><무기와 악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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