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묵정밭 / 유현숙

폴래폴래 2016. 2. 21. 12:50





        묵정밭



                                          - 유현숙


   경칩이 며칠 남았다

   청계산 가랑이진 산기슭 사이가 불두덩인 듯 도도록하다

   볕살에 녹는 잔설이 질척하다

   엎어져 누운 묵은 저 밭떼기를 다 갈아엎으면

   겨울잠 깊은 잡벌레들 만날까

   그 벌레들, 몸마다 사리 가득 차 있을까

   누군가 내 편두통에다 삽질을 한다

   마악 고개를 숙인 사람이 살 깊은 허벅지 사이 묵은 밭고랑을

   내려다보고 있다


   장지뱀 한 마리가 길게 배 깔고 기어들던 기억 있다

   훌렁 벗어던진 허물, 축축하게 젖어 있는 해동의 긴 둔덕이다


   풀뿌리 돋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간 가을, 내 몸에 내린 서리가 아직 녹지 않았다





   시집『외치의 혀』현대시학 2016




   2003년<문학선>으로 등단. 시집<서해와 동침하다>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울음 / 김형술  (0) 2016.03.13
물고기나무 / 김형술  (0) 2016.03.01
외치 / 유현숙  (0) 2016.02.19
나비 두 마리 / 김광규  (0) 2016.02.14
타르초, 타르초 / 김형술  (0)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