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두 마리
- 김광규
빨래 말미도 없이
한 달 내내 쏟아지는 장맛비에
주황색 능소화
아깝게 뚝뚝 떨어졌다
검은 구름 동쪽으로 몰려가고 겨우
앞산의 모습 나타나고 잠시
비가 멎었을 때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니 하얀
나비 두 마리
안쓰럽게 나풀나풀
잡초 우거진 채마밭으로 날아간다
장마철에 잘못 태어나
축축하지 않니
해도 못 보고
꽃도 못 찾고
금방 땅으로 떨어질 듯
서투르게 나풀나풀 날아가는
하얀 나비 두 마리
풋사랑 이루지 못하고 비 맞으며
사라지는 어린 영혼들인가
시집『오른손이 아픈 날』문지 2016
-1941년 서울 출생. 서울대 동 대학원 독문과 졸업. 뮌헨에서 수학.
1975년<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아니다 그렇지 않다><크낙산의 마음><좀팽이처럼><아니리><물길>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누군가를 위하여><처음 만나던 때>
<시간의 부드러운 손><하루 또 하루>. 녹원문학상, 김수영문학상,
편운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산문학상, 시와시학 작품상 등 수상.
한양대 명예교수(독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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