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저녁의 내부 / 이서린

폴래폴래 2016. 1. 25. 14:54







               저녁의 內部



                                                - 이서린


     검은 자락 펄럭이며 몰려오는 구름

     산이 지워지고 있다


     죽은 고양이의 말라붙은 털이

     풀처럼 돋아난 저녁

     길인 듯 아닌 듯 헤드라이트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5번국도 삼거리

     나는 아직 이 길이 어디에서 끝나는지 모르는데

     겨우 눈 뜬 별을 따라가는 저 까마귀는

     알고나 날아가는 것일까


     누군가는 진통제를 먹고 다시 밥을 짓고

     누군가는 弔問하러 집을 나서는 어두운 문밖

     셀 수 없이 다녔던 이 길 위에서

     바람에 일렁이는 세상을 본다


     운전석 깊숙이 가라앉는 몸

     삼거리 창고 앞을 지나는 개 한 마리

     저기, 상향등으로 달려오는 트럭의 경적


     저녁은 內部로부터 통곡하는 짐승같이

     짐승같이




     시집『저녁의 내부』서정시학 2015




     -경남 마산 출생. 1995년 <경남신문>신춘문예 당선.

      2007년 월하지역문학상 수상.

      경남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