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자운영꽃 나비 떼 / 이월춘

폴래폴래 2014. 2. 25. 08:03

 

 

 

 

 

 

 

 자운영꽃 나비 떼

 

 

                                                  - 이월춘

 

 

 이름이 참 예뻤다 자운영꽃

 하양과 연분홍의 꽃잎이 들판 가득

 춘삼월의 배고픔을 퍼뜨릴 때

 보릿고개 넘어가던 동네 사람들 어깨마다

 아지랑이처럼 노란 해가 내려앉아 있었다.

 끝이 안 보이던 강둑길 따라

 읍내 닷새장 가는 사람들이 서툰 풍경을 만드는 시간

 도랑이나 덤붕가에 모여든 아이들은

 말밤이며 꼬꾸랑에 올비를 따 허기를 달래고

 덜 여문 감자 끄댕이를 헤집거나

 동네 당산나무 크고 넓은 가난 아래로 모여들면

 마을은 고요의 이름을 달고 그냥 엎드려 있었다.

 무엇 하나 이룰 수 없는 것이 없었고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던

 그 높은 봄날 하늘 아래

 진정 이름이 예쁜 자운영꽃 무리졌는데

 맨발에 눈이 크고 검은 아이들 머리 위로

 온갖 나비 떼 훨훨 날고 있었다

 

 

 

 시집『산과 물의 발자국』문학의전당 2009

 

 

 

 - 1957년 경남 창원 출생. 경남대 국어교육과 동 대학원 졸업.

   1986년 무크<지평>으로 등단. 시집<칠판지우개를 들고>

   <동짓달 미나리><추억의 본질><그늘의 힘>외 다수

   김달진문학상 지역문학상 수상. 진해중앙고교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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