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여미다
- 김수우
목련 망울에 봄눈 내린다
한 잎 눈발
산속 눈밭에 놓인 늙은 오소리의 죽음을 실어왔다 오소리를 한
번 본 적도 없으면서
목련, 옷깃 여민다
피고 싶어 피는 게 아니다
닫혀버린 한 칸 눈매에 여미는 가슴이다
여미고 싶어 여미는 게 아니다
떨어지는 다락 한 채 받치려는 손길이다
한 여자가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날렸다는 소식, 서슬 퍼런 고
독 때문에라도
저 부유하는 비닐봉지들 때문에라도
목련 벙글어야겠다 이 악물어야겠다
여미고 여미고
알 수 없는 이치들을 그냥 끄덕일 때까지
치밀 방법 밖에 도리 없어
목련, 오소리 맨발처럼 불퉁해진다
한 잎 눈발
실어간다 목련이 여민 오솔한 하늘, 울툭불툭 휘어지는 본풀이,
어디선가 사랑이 시작되고 누군가 사랑을 팔고 있으니
시집『젯밥과 화분』신생 2011
- 부산 출생.경희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
1995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길의 길><당신의 옹이에 옷을 건다><붉은 사하라>
사진에세이집 다수 출판. 2005년 부산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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