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흔들리는 키스 / 권현형

폴래폴래 2014. 2. 4. 17:35

 

 

 

 

 

 

  흔들리는 키스

 

 

                                            - 권현형

 

 

 간현협곡에선 종잇장 얇은 생을 안고

 옛 노래책에 나오는 사슴이 백척간두를 오르고 있다

 다 저녁에 무리 지어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높은 장대를 신고 상수리나무

 숲 속으로 막 자국을 남긴 한 걸음이 떨린다

 골짜기가 흔들린다 절벽 위로 기차가 지나간다

 

 혁명가를 부르다 오지 않은 혁명 때문이 아니라

 지나간 첫사랑 때문에 운다

 막걸리 주전자 뚜껑에 비친 제 얼굴을 들여다보며 운다

 

 두 연인이 쉼 없이 키스를 나눌 때마다

 두 나무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서로의 환영에 사로잡힌 밤

 

 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은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운명적으로

 가파르게 흔들린다

 

 

 시집『포옹의 방식』문예중앙 2013

 

 

 

 -강원도 주문진 출생. 경희대 대학원 문학박사.

   1995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중독성 슬픔><밥이나 먹자, 꽃아>

   미네르바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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