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無諍三昧, 분홍꽃 / 한영옥

폴래폴래 2013. 4. 15. 10:52

 

 

 

 

 

 

 

 

 

   無諍三昧, 분홍꽃

 

                                                  - 한영옥

 

 

 그 생각은 왜 그 사람에게,

 저 생각은 왜 저 사람에게,

 그 사람과 저 사람이 눈 부릅뜨고

 그 생각과 저 생각이 삿대질하다가

 그 사람 주춤거리더니 힘을 풀고

 슬그머니 구경꾼의 자리로 온다

 그 생각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저 사람도 이리 와 같이 앉아서

 생각 다툼 구경이나 하면 좋겠는데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저 사람 점점 더 벌개지더니

 시뻘건 꽃송이, 툭 터진다

 벌그레하던 그 사람 묽어지더니

 새하얀 꽃송이, 툭 터진다

 싸움판이 어느덧 녹실녹실해지더니

 무쟁삼매, 분홍꽃송이, 툭 터진다.

 

 

 

 시집『다시 하얗게』천년의시작 2011년

 

 

 

 - 1950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비천한 빠름이여><아늑

    한 얼굴> 등. 한국예술비평가협회상, 천상병시상, 최계락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수상. 현재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 길 / 박형준  (0) 2013.04.16
가정요리대백과 / 권혁웅  (0) 2013.04.16
꽃과 밥 / 마경덕  (0) 2013.04.15
나비 / 강신애  (0) 2013.04.11
고등어가 돌아다닌다 / 장옥관  (0) 2013.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