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諍三昧, 분홍꽃
- 한영옥
그 생각은 왜 그 사람에게,
저 생각은 왜 저 사람에게,
그 사람과 저 사람이 눈 부릅뜨고
그 생각과 저 생각이 삿대질하다가
그 사람 주춤거리더니 힘을 풀고
슬그머니 구경꾼의 자리로 온다
그 생각에서 빠져 나온 모양이다
저 사람도 이리 와 같이 앉아서
생각 다툼 구경이나 하면 좋겠는데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저 사람 점점 더 벌개지더니
시뻘건 꽃송이, 툭 터진다
벌그레하던 그 사람 묽어지더니
새하얀 꽃송이, 툭 터진다
싸움판이 어느덧 녹실녹실해지더니
무쟁삼매, 분홍꽃송이, 툭 터진다.
시집『다시 하얗게』천년의시작 2011년
- 1950년 서울 출생. 성신여대 국문과, 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1973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비천한 빠름이여><아늑
한 얼굴> 등. 한국예술비평가협회상, 천상병시상, 최계락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등 수상. 현재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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