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나비 / 강신애

폴래폴래 2013. 4. 11. 11:49

 

 

 

 

 

 

 

 

 

      나비

 

                                         - 강신애

 

 

 

 란 잎에 앉은 나비

 파닥이는 꿈,

 어느 대자연의 잉크에서 흘러

 이 가느다란 풀끝에 나타났는지

 

 네가 놓인 제단에

 함부로 발 들여놓을 수 없다

 훅 불어 날릴 수 없는 봉헌물이

 내 앞에 화사한 무늬로 일렁인다

 

 두 손가락으로 비벼 깨뜨리고 싶은

 황금빛 가루를 뺨에 문지르고 싶은

 위험한……

 위험한 환상에의 골몰

 

 나비가 날아간다

 유유히

 신의 목소매 속에서

 매순간 절정뿐인 춤춘다

 옷 속의 나비를 움켜쥔다

 

 바르르 떠는

 한 생각

 한 생각,

 접촉뿐이었던 나비

 

 

 

 시집『불타는 기린』천년의시작 2009

 

 

 

 - 1961년 경기 강화 출생.

    1996년『문학사상』등단.

    시집<서랍이 있는 두겹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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