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봄밤 / 김수영

폴래폴래 2013. 4. 3. 12:51

 

 

 

 

 

 

 

 

 

 

 

  사진:네이버포토

 

 

 

   봄밤

 

                                       - 김수영(1921~1968)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시집『김수영전집1 민음사 2003년

 

 

 

 김수영(1921~1968)

 1921년 서울출생. 연희전문 영문과 졸업.

 1947년 예술부락에『묘정의 노래』를 발표로 등단.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은 잔인한 달 / 최영미  (0) 2013.04.05
신례원 / 강신애  (0) 2013.04.04
꽃은 꽃의 몰락을 모른다 / 권애숙  (0) 2013.04.01
식물의 사생활* / 이설야  (0) 2013.04.01
꽃의 비밀 / 홍윤숙  (0) 2013.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