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비밀
- 홍윤숙
매화꽃 지고
산수유 지고 나니 사월이 오고
온 마을 바글바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 벚꽃 살구꽃
키 낮은 앵두나무 찔레 황매 복사꽃 정향목
이팝나무 조팝나무 나무란 나무들 난리난 듯
자고 나면 팔짝팔짝 북을 치고 차일을 친다
왜 모든 꽃들은 한 시절 한꺼번에
아우성치듯 피어나는가
무엇이 저 단단하고 흉측한 껍질 속에 숨어
날마다 아롱다롱 요술같이
꽃을 빚어내는가
나는 그 나무 속의 비밀이 알고 싶어
단단한 살가죽 헤집고
나무 속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그 속이 어찌 그리 휑하니 비어 있는지
비어서 바람 휭휭 부는 벌판인지
마치 헛간처럼 비어서
바람 불고 있는 내속과 같아
눈을 감았다
그래, 아름다운 것은
제 속에 일만 근의 고통을
차곡차곡 숨겨두는가보다
시집『그 소식』서정시학 2012년
- 평북 정주 출생. 서울대학 사범대 국어과
『 예술평론』으로 등단. 1970~79년 상명여사대 국어과 출강.
시집<여사시집>외 16권과 수필집<자유 그리고 순간의 지상>외 9권.
한국여류 문학인 회장, 한국 가톨릭 문학인 대표, 한국 시인협회장 역임
대한민국 문화예술 문학부분, 공초 오상순 시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3·1문화상 수상.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詩心의 향기 > 시詩(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은 꽃의 몰락을 모른다 / 권애숙 (0) | 2013.04.01 |
---|---|
식물의 사생활* / 이설야 (0) | 2013.04.01 |
스노우맨 / 하재연 (0) | 2013.03.29 |
봄, 무량사 / 김경미 (0) | 2013.03.27 |
할미꽃 / 박완호 (0) | 2013.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