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의 향기/시詩(필사)

꽃의 비밀 / 홍윤숙

폴래폴래 2013. 3. 31. 11:02

 

 

 

 

 

 

 

 

 

    꽃의 비밀

 

                                           - 홍윤숙

 

 

 

 매화꽃 지고

 산수유 지고 나니 사월이 오고

 온 마을 바글바글 꽃이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 개나리 백목련 자목련 벚꽃 살구꽃

 키 낮은 앵두나무 찔레 황매 복사꽃 정향목

 이팝나무 조팝나무 나무란 나무들 난리난 듯

 자고 나면 팔짝팔짝 북을 치고 차일을 친다

 

 왜 모든 꽃들은 한 시절 한꺼번에

 아우성치듯 피어나는가

 무엇이 저 단단하고 흉측한 껍질 속에 숨어

 날마다 아롱다롱 요술같이

 꽃을 빚어내는가

 나는 그 나무 속의 비밀이 알고 싶어

 단단한 살가죽 헤집고

 나무 속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그 속이 어찌 그리 휑하니 비어 있는지

 비어서 바람 휭휭 부는 벌판인지

 마치 헛간처럼 비어서

 바람 불고 있는 내속과 같아

 눈을 감았다

 

 그래, 아름다운 것은

 제 속에 일만 근의 고통을

 차곡차곡 숨겨두는가보다

 

 

 

 

 시집『그 소식』서정시학 2012년

 

 

 

 

 - 평북 정주 출생. 서울대학 사범대 국어과

   예술평론』으로 등단. 1970~79년 상명여사대 국어과 출강.

   시집<여사시집>외 16권과 수필집<자유 그리고 순간의 지상>외 9권.

   한국여류 문학인 회장, 한국 가톨릭 문학인 대표, 한국 시인협회장 역임

   대한민국 문화예술 문학부분, 공초 오상순 시문학상, 서울시 문화상,

   3·1문화상 수상.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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