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때
- 김박은경
숲에 갇힌 물고기 펄떡대요 가지 사이 싱싱한 비늘들 찰각찰각 물고기 등이 휘어져요 지느러미 휘날려요 물고기가 입을 열어요 그 속에 악어가 살아요 악어가 입을 열어요 단단한 이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카랑카랑한 시절 가슴 벅차 미칠 듯한 시간이 물려 있어요 엄마, 놀라지 마요 그럴 때가 있잖아 날것의 뜨거워라 차마 그늘 볼 틈도 없는 눈멀어 낯선 사내와 통정하는, 보세요 분홍 꽃 흰 꽃 피어요 먼저 핀 것들 먼저 떨어져요 붉은 아가미 너머 둥싯둥싯 흰 부레 부풀어요 평생 단 한번 부드럽고 둥근 기억 부풀어 허공에 가만히 떠있어요
시집『온통 빨강이라니』문학의전당 2009년
- 서울 출생. 숙명여대, 홍익대 산미대학원 졸업
2002년 <시와반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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