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포토
빗방울의 幻
- 조윤희
나는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자꾸만 반대로 돌아가는 목에 눈이 달려 맹목의 강아지에
방울이 달려 목걸이가 달려 딸랑거리는 소리를 낼 때
두 귀를 막고 외면해 보지만 환청처럼 들리는 빗소리
비내리는 창 밖의 풍경이 어른거려
어항 속의 물고기처럼 눈을 껌뻑인다
흐려지는 시야, 물결처럼 흘러가고 싶어진다
한결같게 흘러 갈 수 있다면 한 결로 흐르고 싶은
그리하여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 들리는,
첨벙첨벙 마중나오는 발자국 소리 들리고
너와 나는 무작정 마음이 먼저 달려나가고,
발목을 부여잡고 늘어지는 역류해 올라오는 빗줄기에
무거워지는 신발로 나는 너에게로 가기 전에 세상의
거미줄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려 흔들거린다
그 매달림을 거미줄에 맺힌 비이슬이라 해야하나
매듭처럼 맺혀있는 그 구슬을 인드라 그물의 寶珠라고 해야하나
너와 나 사이 길의 나비들을, 너와 나 사이 풀섶의 벌레들을,
너와 나 사이 길의 운무들을, 너와 나 사이의 허무를 걷어내며
자맥질해 보지만 서로의 눈동자 속 內傷의 실핏줄,
자기의 허물이자 은닉이자 존재인 거미줄에 걸려 발버둥칠 때
허공의 거미 한 마리 재빨리 제 모습을 감추어버린다
줄행랑치는 저, 다족의 포식자는 우리들을 둘둘말아
우리들의 봉분을 만들어 놓고
그 봉분을 뚫고 다시 기어나오는 거미
미망 혹은 미혹이라는 덫을 척 걸쳐놓고는
허공 속으로 사라지는 저 뒷모습, 저 緣起들
시집『얼룩무늬 저 여자』발견 2011년
- 전남 장흥 출생. 1990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모서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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