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
- 장무령
‘다른 집으로 가겠어요’
무너진 담벼락의
목 잘린 꽃의
꽃잎이 떨어지지 않을 때
발로 차보는 자
침을 뱉는 자 간혹
남몰래 자신의 것을 내놓고 시비 거는 자
색을 한 번씩 벗겨
퇴색되는 꽃잎 달린 꽃이
그려진
무너진 담벼락을
포클레인이 번적 허공에 들어 올릴 때
입구가 열리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시간의 양손에 들린
독일제 명품 나이프가 꽃을 써는
맑은 소리
잇몸에 스미는 꽃의 육즙이 달콤한 것은
씹을수록 핏물이 진해지기 때문이다
꽃은 이별한 저녁 입속에서 피어난다
『시평』2011년 여름호
- 충남 홍성 출생. 1999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선사시대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다>
「시평」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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